요세미티의 작은 이웃들

 제임스타운, 소노라, 콜롬비아에서 마주한 서부의 숨결

요세미티를 여행하면서, 우리 부부는 점점 느리게 걷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느린 걸음을 따라 도착한 마을들—Jamestown, Sonora, Columbia—이 세 곳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거대한 자연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어요.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된 시간을 간직한 마을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흙냄새와 나무 냄새, 그리고 누군가의 오랜 기억이 머물러 있는 공간들이었습니다.

제임스타운 – 마치 작은 서부영화 세트장 속을 걷는 듯

처음 이 마을에 도착했을 땐,
“정말 여기가 마을이 맞을까?” 할 정도로 작고 조용했어요.
하지만 차에서 내려 몇 걸음만 걸어보면,
19세기 골드 러시 시대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제임스타운의 오래된 호텔, Royal Carriage Inn1800년대 세워진 호텔, 제가 묵었던 호텔이에요. 원래 이름은 Royal Carriage Inn 인데 지금은 Best Western이 운영하는 것 같아요.

좁고 오래된 목재 호텔, 낡은 마루, 삐걱거리는 계단…
한 번은 이 호텔 중 한 곳에서 하룻밤을 지낸 적이 있었는데,
방 안에는 오래된 타자기와 그림, 촛대, 손때 묻은 가구들이 놓여 있었어요.
마치 시간 속에 머무는 듯한 기분이었죠.

작은 골목에는 중고 상점과 앤티크 숍이 줄지어 있고,
무언가를 사지 않아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어요.
그 옛날의 삶을, 조용히 들춰보는 느낌이랄까요.

제임스타운 메인 스트리트의 호텔 건물제임스 타운의 메인 스트리트에는 이런 1800년대 골드러쉬 시대의 건물들이 줄지어 있어요.

Railtown 1897 – 서부 철도의 박물관이자 무대

이 마을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곳이 있어요.
바로 Railtown 1897 State Historic Park입니다.
실제 증기기관차가 보존된 철도 공원이자 영화 촬영지이기도 해요.

🎬 여기서 촬영된 작품엔 백 투 더 퓨처 3, 하이 눈(High Noon), 페일 라이더
유명한 서부 영화와 드라마들이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Polar Express’라는 크리스마스 특별 열차도 운행되는데,
산타가 탑승해 아이들과 노래하고 코코아를 나눠주는,
그야말로 가족을 위한 따뜻한 기차 여행이에요.
언젠가 손주가 생긴다면 꼭 함께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마음이 포근해지는 행사였어요.

철도 박물관, 제임스타운
철도 박물관, 한창 기차에 빠져있는 남자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이 꼭 찾아오는 곳이죠.

 

 

폴라 익스프레스, 제임스타운 철도 박물관의 크리스마스 행사

11월경부터 시작하는 폴라 익스프레스 열차입니다. 온 가족 행사죠.

소노라 – 느긋하게 걸을 수 있는 서부의 거리

Jamestown에서 서쪽으로 조금 더 가면,
조금 더 활기찬 마을,  소노라(Sonora)가 나옵니다.

여기는 제법 큰 다운타운과 상점들, 예쁜 카페들이 이어지는 곳이에요.
골드러시 시대엔 이민자와 광부들이 몰리며 크게 성장했고,
지금은 역사와 현대가 어우러진 마을로 남아 있어요.

작은 앤티크 가게들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따뜻한 커피나 간단한 타이음식, 바비큐 식당도 제법 괜찮아요.
금요일 늦은 오후쯤, 느릿한 산책을 하기에 참 좋은 도시입니다.

소노라의 한 살롱 입구제임스타운보다는 풜씬 크고 인구도 많은 소노라.

콜롬비아 주립 역사 공원 – 살아 있는 서부 시대 체험

Columbia State Historic Park
그 어떤 테마파크보다 더 진짜 같고,
그 어떤 박물관보다 더 살아 있는 곳이에요.

복원된 거리와 건물 사이로 서부시대 복장을 한 사람들이 거닐고,
19세기식 수업이 열리고,
말이 끄는 마차와 함께 사금 채취, 나무총, 만돌린 연주가 어우러지는 곳.
그 모든 것들이 그냥 일상처럼 존재하는 마을이에요.

 

콜롬비아 역사공원의 광부들의 크리스마스 행사
이런 분위기에요. 별로 춥지않은 캘리포니아 겨울이지만 따뜻한 애플사이다가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죠.

우리가 특히 좋아하는 행사 둘

🎄 Miner’s Christmas
크리스마스 시즌에 열리는 이 축제는
광부 복장을 한 사람들이 직접 모닥불 옆에서 사과사이더를 끓이고,
아이들을 위해 수제 캔디를 만들어 나눠주는,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겨울 이야기예요.

📚 Back to School Day
9월의 단 하루,
옛날 교실에 들어가 손글씨 연습을 하고, 수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그 시절 놀이를 다시 배우는 체험 행사.
운 좋게 날짜가 맞는다면 꼭 한번 경험해보세요.

콜롬비아 역사 공원의 백투 스쿨 행사
아주 예전 일요일 오전에 방영하던 ‘초원위의 집’이 막 떠오르는 그런 광경이죠?

 

🎡 그 외 즐길 거리도 가득해요

  • 사금 채취 체험 (아이들에게 인기!)
  • 말이 끄는 마차 탑승 + 도적이 나타나 마차를 탈취하는 퍼포먼스
  • 뮤지엄과 마차 전시관: 광부 도구, 당시 의사 집 내부, 실제 서부 마차들
  • 게리 쿠퍼와 그레이스 켈리의 영화 <High Noon> 촬영지
    → 마차 앞에는 멋진 게리 쿠퍼의 사진이 설치돼 있어요.

 

콜롬비아 역사공원의 산타 클로스

크리스마스때마다 등장하시는 할아버님, 아니 산타. 예전 산타의 복장이라고 하네요.

하이눈에서 사용되었던 마차
이 개인용 마차가 영화에 나왔던 마차라고 해요.

작은 즐거움도 놓치지 마세요

  • 마차를 탈 때 깜짝 등장하는 도적 퍼포먼스

  • 예전 웰스파고 은행 건너편에 있는 서부 상점들

  • 오래된 호텔 레스토랑동네 피자집

  • 골목 끝의 티 숍과 베이커리

  • 가죽 수공예 상점, 앤티크 샵과 서부 복장 체험 사진관까지

Columbia의 이 거리엔
그 시절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조용히 깃들어 있어요.
그리고 우리처럼 느린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그 시간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콜롬비아 역사공원 내 앤티크 숍
앤티크 샵인데 감성이 가득한 가구들이 마음을 설레게 해요.

사금 채취 체험
사금채취하는 아이들. 금은 없더만요. ㅎㅎ

여행이란, 익숙한 길 옆의 작은 마을을 발견하는 것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장대한 자연을 만끽한 후
하루 이틀 더 시간을 내어,
이런 근교 마을들을 천천히 둘러보는 여행—
그건 여행이라기보다, 삶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어요.

우리는 여행을 떠나면 새로운 풍경도 좋지만
그곳에 남아 있는 오래된 시간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따라가는 걸 좋아해요.

Jamestown, Sonora, Columbia.
이 세 곳에서 우리는
늘 그렇듯 소중한 감정 하나씩을 주머니에 넣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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