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맘, 수잔 -유튜브 CEO이자 다섯 아이의 음악을 지켜낸 엄마

수잔과의 인연, 14년의 이야기

수잔을 처음 만난 지도 어느덧 17년이 되었네요. 처음 14년 동안 그녀의 아이들을 가르쳐 왔습니다.

수잔은 마흔다섯 즈음에 막내딸을 낳았고, 지금은 다섯 명의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큰아들은 대학원을 졸업했고, 막내는 아직 초등학생이에요. 저는 그 다섯 명 모두에게 피아노를 가르쳤고, 수잔은 언제나 음악을 매우 소중한 재능으로 여기며 아이들의 음악 교육에 열정을 쏟는 엄마이었습니다.

“I compose!” 작곡으로 시작된 첫 레슨

첫째 아들이 8살이었을 때 저와 함께 피아노를 시작했습니다. 첫 레슨에서 그 아이가 제게 한 첫마디는 “I compose!”였습니다.

저는 곧바로 “그럼 네가 작곡한 걸 피아노로 쳐볼래?”라고 말했고, 그 자리에서 연주한 곡을 오선지에 옮겨 적어주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작고 짧은 프레이즈나 코드를 시험해보며 만들어보는 그 창의성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작곡에 흥미를 보이면 언제나 격려해주고 직접 연주해보도록 한 뒤, 꼭 악보로 남겨줍니다.

수잔의 큰아들은 그 첫 작곡부터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이후 피아노를 잠시 쉬고 중학교 때는 기타로 작곡을 시작해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했고, 고등학교 때는 약 45분 분량의 뮤지컬을 직접 작곡했습니다.  공연을 지켜보면서 느낀 그 뿌듯함과 행복감, 그리고 그 아이의 음악성에 감격한 울컥함까지…  정말 멋진 일이었어요.

재능을 지켜준 어머니의 서포트

그 아이의 음악적 재능 뒤에는 수잔의 놀라운 지원이 있었습니다. 아들이 작곡에 진심이라는 걸 느낀 수잔은, LA에 계신 작곡 선생님을 한 달에 한 번씩 모셔와 개인 지도를 받게 했습니다.

이 아이는 악보를 보고 치기보다는 듣고 연주하는 감각이 뛰어났기에, 제가 재즈 피아니스트를 소개해 드리기도 했지요.

고등학교 무렵, 본격적으로 작곡을 하려면 클래식 피아노 실력이 필요하다며 다시 제게 돌아왔고, 저는 정규 클래식 커리큘럼과 함께 코드 반주법을 병행해 가르쳤습니다. 그 결과, 이 아이는 자신만의 ‘쿨한 코드’를 양손으로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게 되었고, 본인이 만든 곡을 저와 함께 다듬으며 더 풍성한 코드 조합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수잔은 항상 아이들의 음악적 상태에 깊은 관심을 가지셨고, 이메일로 그날의 진행 상황을 보내면 늘 고마워했지요. 레슨이 끝난 뒤에는 꼭 직접 만나 오늘 수업이 어땠는지 이야기해 달라고도 했어요.

학생집에 장식 된 꽃
한 학생 집에 장식된 꽃이 너무 예뻐서 찍어 보았어요. 수잔도 늘 집에 꽃꽂이를 해두었어요.

만삭의 몸으로 아이의 연주를 듣는 엄마

수잔이 막내를 임신했을 때의 일이 떠오르네요.

그녀는 이미 네 아이의 엄마였고, 그중 두 명은 사춘기였으며, 당시 세계적인 기업 유튜브의 CEO로서도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제가 네 번째 아이를 가르치고 있을 무렵, 수잔은 만삭의 몸으로 퇴근해 돌아오곤 했습니다.

저라면 그냥 누워 있기에도 벅찼을 상황인데, 수잔은 늘 피아노 앞에 앉아 딸의 연주를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엄마는 네가 치는 피아노를 듣고 싶어. 여기 앉아 있을게.”
소파에 앉아 그렇게 말하는 수잔을 보며, 아이는 신이 나서 이것도 들어보라고 하고, 오늘 배운 것도 자랑스레 연주하곤 했습니다.

그날 저는 다시 한 번 확신했습니다. 수잔은 단순히 교육열 높은 어머니가 아니라, 아이의 적성과 재능에 맞게 가장 적절한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는 정말 멋진 엄마라는 것을요.

격무와 육아, 그리고 몸의 무거움까지 안고 있으면서도 아이의 연주를 듣는 그 따뜻한 눈빛은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진짜 엄마’의 모습이었습니다.

겸손한 리더, 따뜻한 사람

유튜브가 구글에 인수된 후 수잔이 CEO를 맡았고, 이후 유튜브는 세계인이 사용하는 최고의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녀의 리더십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제 학생들 부모님 중에는 수잔과 함께 구글에서 일했던 분들이 꽤 계신데, 모두가 수잔을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저도 그렇게 느낍니다.

작곡을 사랑하던 첫째 아들은 하버드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고, 동시에 버클리 음대에서 음악도 공부하길 원했습니다. 그 오디션을 함께 준비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디션에도 동행했습니다.

그날 수잔은 아들을 조용히 데리고 왔고, 기다리는 동안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내색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그저 한 입시생의 엄마 자격으로 그 자리에 있었고, 유명세를 기대하지도, 누리려 하지도 않는 모습에서 그녀의 진정성과 품위를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그녀가 말한, 가장 큰 선물

저는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제 학생들에게 조그만 선물을 준비합니다. 보통은 선생님들이 선물을 받는 시기이지만, 저에게는 1년 동안 함께해 준 사랑스러운 학생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시간입니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든 수잔이 제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아름다운 음악을 우리 집에 가져다주는 거예요.”

그 말을 들은 그 순간, 저는 제가 얼마나 귀한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일을 얼마나 존중받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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